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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때로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고, 픽션보다 더 허구 같다는 말을 듣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정치의 현실을 가장 날카롭게 비추는 장르입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두 편의 정치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 (The Great Hack)》과 《트럼프: 미국의 꿈》은 각각 데이터 정치와 인물 중심의 정치사를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두 작품을 통해 현대 정치의 민낯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미디어와 정치 권력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려 합니다.
데이터가 정치를 움직인다: 거대한 해킹 (The Great Hack)
거대한 해킹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2016년 대선 이후, 거대한 스캔들이 미국을 강타한다.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수집한 데이터 분석 회사. 그들은 누구를 위해, 누구와 함께 일했을까. 그 전말을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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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 (The Great Hack)》은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스캔들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아닌, 현대 정치에서 데이터가 어떻게 무기화되고, 선거를 좌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였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과 내부 고발자의 시선을 통해,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어떻게 사람들의 심리를 조작하는 데 활용되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당신의 데이터가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안다"는 문장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작품은 기술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위협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쉽게 정보의 소비자에서 조작된 결과의 표적이 될 수 있는지를 경고합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 명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해, 심리적 성향에 따라 맞춤형 정치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트럼프의 당선,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 등 세계적 정치 사건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으로 이어졌습니다. 《거대한 해킹》은 단순한 사건 보고를 넘어서, "정보의 자유 vs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시청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정치 환경이 얼마나 복잡하고 위협적인지 인식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에게도, 온라인 상의 모든 활동이 결국 어떻게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인물로 본 권력의 탄생: 트럼프, 미국의 꿈
트럼프: 미국인의 꿈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부동산 개발업자에서 재계의 거물로, 리얼리티 쇼의 스타에서 미국 대통령으로. 친구와 적수의 눈으로 보는 도널드 트럼프. 자본과 권력을 거머쥔 그의 40년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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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의 꿈(Trump: An American Dream)》은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삶을 중심으로, 미국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4부작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트럼프의 젊은 시절부터 부동산 사업, 연예계 진출, 대선 캠페인, 대통령 임기 초반까지의 과정을 시간 순으로 담아냅니다. 이 작품은 트럼프 개인의 성공 서사보다는, 그가 어떻게 대중심리와 미디어를 이용해 권력의 정점에 올랐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트럼프는 부와 유명세를 무기로 삼아 정치계에 입문했으며, 논란과 갈등을 전략처럼 이용해 언론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는 현대 정치가 ‘정책’보다 ‘이미지’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다큐멘터리는 트럼프를 찬양하지도, 단순히 비판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시각을 통해 "그의 등장이 가능했던 사회 구조와 대중의 심리"를 파헤칩니다. 예를 들어, 경제 불황 속 분노한 중산층과 러스트 벨트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그의 메시지에 동조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며, 정치가 ‘희망’보다는 ‘불만’을 먹고 자란다는 점을 조명합니다. 트럼프는 SNS, 특히 트위터를 활용해 기존 언론의 틀을 무너뜨렸고, 이는 곧 정치인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트럼프: 미국의 꿈》은 트럼프라는 인물을 통해 "정치인 개인의 이미지 메이킹과 권력의 형성"이라는 현대 정치의 핵심을 탐구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는 ‘트럼프 개인’이 아닌, 그를 만든 ‘사회와 시스템’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다큐가 보여주는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접근 방식으로 정치의 이면을 들여다봅니다. 《더 그레이트 핵》은 데이터와 기술이라는 무형의 도구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를 뒤흔든 실제 사건을 다루며, ‘보이지 않는 권력’의 위협을 경고합니다. 반면 《트럼프: 미국의 꿈》은 한 인물의 부상과 몰락을 통해 대중심리와 미디어의 영향력을 구체화합니다.
이 두 다큐는 공통적으로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정치는 단순히 정책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지를 만들고 감정을 조작하며 정보를 통제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대중은 자신도 모르게 여론 조작에 휘둘리고, 인기 있는 인물에 끌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사실’보다 ‘이야기’가 우선되는 시대, 우리는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고 어떤 시선으로 정치 현상을 바라봐야 할까요? 또한, 두 작품은 현대 정치가 기술과 미디어에 의해 얼마나 강력하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증명합니다.
더 이상 정치인은 국회 연설이나 토론회로만 평가받지 않습니다. 유튜브, SNS, 알고리즘이 선택한 영상 클립과 게시글이 정치인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유권자의 판단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진실을 파헤치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거대한 해킹 (The Great Hack)》과 《트럼프: 미국의 꿈》은 정치 다큐멘터리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정치의 본질과 권력의 구조, 대중심리까지 짚어내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날카롭게 조명합니다.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 이 두 작품을 통해 정치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다큐멘터리는 진실을 찾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