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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왜 먹지 않을까?” – 믿음과 진실 사이의 묘한 여운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에 넷플릭스를 켰습니다. 딱히 뭘 볼지 정하지 않았는데, 포스터에 어두운 들판과 소녀의 얼굴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 제목. The Wonder. 어쩐지 감성 버튼이 눌려서, 아무 생각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고, 그날 밤 묘한 침묵과 질문들 속에서 영화 한 편에 완전히 잠식됐습니다.
🎬 “4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아있는 소녀가 있다면?”
1862년 아일랜드. 영국 간호사 ‘라이브’(플로렌스 퓨)가 시골 마을에 도착합니다. 그녀의 임무는 단 하나. “음식을 먹지 않고 살아가는 11살 소녀를 관찰하라.” 종교가 일상이었던 시대, 마을 사람들은 이 아이를 ‘성녀’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라이브는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바라보려 하고, 그 시선을 따라 우리는 점점 마을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 이 영화, 말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좋습니다.
요즘 대사 많고 편집 빠른 영화들에 지쳤다면, The Wonder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줍니다.
인물들은 말을 아끼고, 배경은 안개낀 들판처럼 흐릿해요. 그런데 그 안에서 저는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이 아이는 기적인가?”
“그녀는 믿음을 관찰하는 걸까, 스스로도 믿게 되는 걸까?”
영화는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 속에 머물게 합니다. 그런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 플로렌스 퓨, 당신은 정말 대단해요.
플로렌스 퓨는 이 영화를 ‘끌고 간다’가 아니라, 영화 그 자체였습니다.
감정이 격해져도 절대 과장하지 않고, 눈빛과 숨소리로만 전합니다. ‘미드소마’에서 보여줬던 깊은 내면 연기, 여기서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 연출 & 배경 – 아일랜드의 침묵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초록빛 이끼 들판, 촛불로만 밝혀진 방 안, 모든 장면이 회화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놀랐던 건 첫 장면. 세트장을 보여주며 시작하죠. “이건 허구야”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이 안에 진실이 있어”라고 속삭입니다.
🎯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잔잔하지만 깊은 영화가 필요한 날
- 믿음과 진실 사이의 이야기 좋아하시는 분
- 플로렌스 퓨 팬이라면 무조건
- 생각에 잠기고 싶은 밤
💬 총평
〈The Wonder〉는 ‘기적’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진실은 때로는 너무 불편하고, 너무 현실적이어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어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믿는 건, 진짜 내가 선택한 걸까?”
⭐ 별점
- 감성 충전: ★★★★★
- 몰입도: ★★★★☆
- 여운: ★★★★★
- 총점: 9.1 / 10